왜 나는 취미가 없을까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궁해지는 사람이 많다. ‘그냥 쉬었어요’라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취미가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함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나 주말에 뭘 해야 할지 몰라 유튜브나 SNS를 습관적으로 켜놓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어릴 때부터 학업이나 일에 집중하느라 여가 활동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둘째,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뭔가를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고, ‘나는 끝까지 하는 게 없어’라는 자책으로 이어져 새로운 시도 자체를 꺼리게 된다. 셋째, 취미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어야 한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어서, 소소한 활동은 취미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지금 취미라고 부를 만한 건 영상 보기 정도다. 새로 무언가를 시작했다가 그만둔 취미도 없다. 쉬는 시간이 주로 영상 보기로 채워지는 사람이라면, 아래 방법 중 부담 없는 것부터 가볍게 시도해볼 만하다.
취미를 찾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들
무작정 유행하는 취미를 따라가기보다는 먼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래 질문들에 편하게 답해보자.
- 어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활동이 있었는가
- 몸을 움직이는 게 편한가, 앉아서 하는 활동이 편한가
- 혼자 하는 것이 좋은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은가
- 결과물이 남는 활동이 좋은가,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좋은가
- 한 달에 쓸 수 있는 시간과 돈은 대략 얼마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취미를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에도 앉아서 하는 취미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더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면 조용히 앉아서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이 균형을 맞춰줄 수 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취미 찾기 과정
3년 전 이직 후 야근이 줄면서 갑자기 저녁 시간이 많아진 직장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그 시간이 좋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매일 똑같이 넷플릭스만 보는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취미를 찾아나갔다.
첫째 주에는 예전에 관심 있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종이에 열 가지 적었다. 드로잉, 클라이밍, 베이킹, 러닝, 사진, 기타 연습, 독서 모임, 요가, 캘리그라피, 공예였다. 둘째 주부터는 매주 하나씩 한 번만 체험해보기로 했다. 러닝은 첫날 3킬로미터를 뛰고 나서 무릎이 아파 이틀을 쉬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다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밍은 체험 수업 한 번으로 팔이 너무 아파서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드로잉은 재료를 사는 데만 흥미가 생겼고 실제로 그리는 건 며칠 만에 흥미를 잃었다.
이렇게 두 달 정도 여러 활동을 시도해본 끝에 러닝과 캘리그라피 두 가지가 남았다. 러닝은 주 2회, 캘리그라피는 주말에 한 시간씩 하는 것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취미를 찾으려 하지 않고, 여러 개를 가볍게 시도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걸러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한 시도들도 전혀 낭비가 아니었다. 클라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안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돈과 시간이 부담될 때의 시작법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려면 초기 장비나 수업비가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1단계, 무료 또는 최소 비용으로 체험하기
대부분의 취미는 정식으로 장비를 갖추기 전에 저렴하게 경험해볼 방법이 있다. 러닝은 신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고, 독서는 도서관을 이용하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클라이밍이나 필라테스 같은 활동은 일일 체험권이나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먼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2단계, 한 달 이상 지속해보기
한두 번의 경험만으로는 그 활동이 진짜 나에게 맞는지 알기 어렵다. 처음에는 재미없어도 며칠 지나면서 몰입하게 되는 활동도 있고, 처음엔 즐거웠지만 반복하다 보니 지루해지는 경우도 있다. 최소 3주에서 한 달 정도는 꾸준히 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3단계, 그제서야 장비에 투자하기
충분히 체험해보고 계속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본격적으로 장비나 수업에 돈을 쓰는 것이 순서다.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를 사놓으면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그만두기 어려워지고, 맞지 않는 취미인데도 아까워서 억지로 계속하게 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취미 없는 사람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활동 목록
특별한 재능이나 큰 비용 없이 시작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정리해봤다. 마음에 드는 것부터 하나씩 시도해보자.
- 동네 산책 후 사진 찍어 SNS나 개인 블로그에 기록하기
- 매주 새로운 레시피 하나씩 요리해보기
- 도서관에서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 빌려 읽기
- 홈트레이닝 앱으로 하루 15분 운동하기
- 다이어리나 노트에 하루 세 줄씩 기록하는 저널링
- 동네 스터디 모임이나 독서 모임 참여해보기
- 식물 하나 키워보기
- 보드게임 카페에서 새로운 게임 배워보기
이 목록에서 중요한 것은 대단한 걸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것부터 접근한다는 점이다. 취미는 반드시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시작이 훨씬 쉬워진다.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
취미를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초반의 열정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일정에 고정된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간 나면 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결국 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처럼 구체적인 시간을 정해두면 습관으로 자리잡기 쉽다. 또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지속하기 훨씬 쉬워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거나 소모임 앱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러닝 앱으로 거리와 시간을 기록하거나, 요리한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다 보면 눈에 보이는 성장이 동기부여가 된다. 처음 한 달과 세 달 후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달라진 점을 발견하면 계속할 이유가 생긴다.
취미를 통해 얻게 되는 것들
취미가 생기면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것 이상의 변화가 일어난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나만의 방법이 생기고, 일이나 관계에서 오는 압박감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평소와는 다른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나는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기 이해가 쌓이면서 삶의 만족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취미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조금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이 반복된다면, 오늘 이 글에서 언급한 방법 중 하나를 골라 딱 한 번만 시도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한 취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가볍게 시작해서 맞지 않으면 다음 것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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